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상 자막 기술 및 도구 정리

청각장애인을 위한 대학가의 자동 자막화 실태조사

알찬찬 2025. 7. 5. 09:29

2025년 기준으로  현재 고등교육 기관에 재학 중인 청각장애인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대학이 보다 적극적으로 포용적 학습환경을 구축해야 할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는 흐름입니다. 특히 대학 강의의 특성상 다양한 전공 지식이 구술 중심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청각장애인은 타 장애 유형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학습 접근의 제약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으로 자동 자막화 시스템의 도입이 주목받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 이상적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대학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강의 자막 지원이 필수적이 아닌 ‘가능하면 제공’하는 선택적 대응에 머물러 있으며, 이로 인해 학교 간 격차와 전공 과목 간 편차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자동 자막화 시스템은 교수자의 음성을 인식해 실시간으로 텍스트를 출력하는 기술이지만 그 품질과 운용 방식은 학교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대학은 클라우드 기반의 상용 솔루션을 도입하여 거의 모든 강의에 자막을 적용하고 있는 반면, 다른 대학은 파일 제공이나 수기 정리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본 조사는 이러한 실태를 정리하고, 실제 현장에서 청각장애 학생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동 자막화 기술이 실질적인 교육권 보장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자동 자막화 시스템의 도입 실태와 운용 방식

국내 주요 4년제 대학 및 국립대학 30여 곳을 중심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약 60%의 대학이 형태는 다르지만 자동 자막화 시스템을 일정 수준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시스템은 구글 STT(Speech-to-Text) API를 활용한 실시간 자막 변환 방식이며, 일부 대학은 국산 인공지능 엔진을 접목한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시스템이 실제 강의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사례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기술적 결함이나 환경 조건 미비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음성 인식률 저하, 잡음 처리 미흡, 전공용어 인식 실패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학 계열 강의에서는 전문 용어나 수식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자막의 정확도가 7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교수자의 말 빠르기, 억양, 방언 등에 따라 자막 오류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청각장애 학생은 오히려 자막을 보느라 수업 흐름을 놓치는 역효과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일부 강의실에서는 음성 수집 장비가 노후되었거나 마이크 시스템이 비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막 시스템이 온전히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이러한 기술적 문제는 단순히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차원의 인프라 투자와 유지 관리 체계의 미비에서 비롯된 구조적 한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막 품질과 학습 만족도 간의 상관성

자동 자막화 시스템에 대한 청각장애 대학생의 실제 사용 경험을 분석한 결과 자막의 품질이 학습 만족도에 직결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인터뷰에 응한 학생 대부분은 “자막이 있긴 하지만 내용의 절반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남겼으며, 일부는 자막을 차라리 끄고 필기나 슬라이드 자료에 집중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자막의 존재 자체보다 자막의 질, 즉 내용의 정확성, 동기화 속도, 용어 적절성이 핵심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자동 자막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강의 몰입도 차이를 비교한 결과, 자막의 질이 낮을 경우 오히려 정보 혼란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청각장애 학생은 강의 후 자막 오류를 보완하거나 내용을 재확인하기 위해 수업 녹화 영상, 교수와의 개별 상담, 또는 동료 학생의 필기를 추가로 요청해야 하는 이중노동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지 시간 소모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소외감과 피로를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막 시스템의 존재만으로는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으며, 자막이 ‘이해 가능한 언어’로 작동할 때 비로소 자신이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투입을 넘어, 자막의 의미 구조, 맥락 해석력, 그리고 교수자의 발화 스타일까지 포함한 다층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대학가의 자동 자막화 실태조사

 

제도적 과제와 개선을 위한 정책적 제안

자동 자막화 시스템을 단순히 보완 기술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서  학습권 보장의 핵심 장치로 재인식해야 할 시점입니다. 현재 대다수 대학이 자막 시스템 도입을 장애학생지원센터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총장 직속 조직이나 교육정보화 부서와의 연계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자막화가 교육 본연의 영역이 아닌 ‘복지’ 또는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반영합니다. 이에 따라 대학은 자동 자막화 시스템을 강의 운영의 기본 구성 요소로 제도화하고 모든 강의 콘텐츠에 자막이 포함되도록 학칙을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자막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 연계 및 협업 체계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공 교수진과 AI 엔진 개발자가 협력하여 전공 용어 데이터를 학습시킬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도구상를 개발하거나, 학기별 자막 오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반복 오류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대학별 자막화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표준화 지표를 마련하고, 이에 기반한 재정 지원 체계를 통해 기술 격차를 줄여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청각장애 학생을 자막 소비의 수동적 대상이 아닌, 사용자 경험의 주체로 인정하고, 정책 설계 과정에 참여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자동 자막화는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을 교육과 소통의 본질에 맞게 통합하는 제도와 문화의 변화 속에서 실현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