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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상 자막 기술 및 도구 정리

시·청각 이중장애인을 위한 자막과 텍스트 요약 기술 연구

by 알찬찬 2025. 7. 9.

 

오늘날 디지털 사회는 시각과 청각이라는 두 가지 감각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정보 중심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방송, 교육, 공공 행정, 의료 시스템 등 모든 분야에서 핵심 콘텐츠는 ‘화면’과 ‘음성’으로 구성되며, 이로 인해 감각에 제한이 있는 이들은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가 차단되곤 합니다. 청각장애인만을 위한 자막 기술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 기술은 그나마 일정 수준의 발전을 이루어왔지만, 시·청각 이중장애인, 즉 두 감각이 동시에 제한된 사람들을 위한 정보 접근 기술은 지금까지 거의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시·청각 이중장애인은 단순히 보거나 듣는 것이 어려운 수준을 넘어서, 의사소통의 주 통로 자체가 상실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기존의 영상 콘텐츠에서 제공되는 자막은 시각적 수용을 전제로 하며, 음성 해설 역시 청각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중장애인을 위한 기술이 필수적인 이유는 단지 ‘편의 제공’의 차원이 아니라, 기본권 차원에서 정보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윤리 문제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최근 국내외 일부 연구기관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자막과 텍스트 요약 기술을 결합하여 이중장애인의 정보 수용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실험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이 기술의 구조, 연구 배경, 작동 방식, 응용 가능성, 향후 과제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시·청각 이중장애인을 위한 자막과 텍스트 요약 기술 연구

기술 개념: 자막과 요약 기술의 통합을 통한 새로운 정보 매개

자막 기술은 본래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단으로 개발되었으며, 기본 원리는 음성 내용을 텍스트로 실시간 변환하는 데 있습니다. 반면 텍스트 요약 기술은 복잡한 텍스트 정보를 핵심 개념 중심으로 간결화하는 알고리즘 기반 기술입니다. 이 두 기술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연구는 이중장애인을 위한 ‘정보 재구성형 자막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영상이나 음성 정보에서 발생하는 전체 문장을 단순히 자막화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그 요약된 정보를 감각 대체 가능한 형태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강의 영상에서 강사가 “오늘은 광합성의 원리를 다루며, 식물의 구조에 따라 에너지 전환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이 시스템은 이를 ‘광합성 작용과 식물 구조의 관계 분석’이라는 하나의 요약된 정보 덩어리로 재구성합니다. 이후 이 요약 정보는 촉각 기반 인터페이스를 통해 점자 형태로 출력되거나, 진동 패턴 등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이러한 기술은 시청각의 기능이 모두 제한된 사용자에게도 콘텐츠의 주제를 이해할 수 있는 인지적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 자막화보다 훨씬 고차원적이며, 자연어처리 기술과 인지심리학, 감각 대체 기술이 융합된 통합 설계가 필요합니다.

 

 

기술 작동 방식: 3단계 연산 흐름과 사용자 맞춤형 출력

이 자막+요약 기술은 세 가지 핵심 단계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의미 기반 음성 텍스트화입니다. 일반적인 자동 자막 시스템은 화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문자로 옮기는 데 그치지만, 본 기술은 문맥 분석을 포함하여 발화의 목적과 감정을 함께 인식합니다. 예를 들어 ‘질문’인지 ‘명령’인지, 또는 ‘설명’인지의 화용적 기능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요약 알고리즘 적용입니다. 자연어 요약 알고리즘은 발화 텍스트의 의미 덩어리, 즉 의미 단위(semantic unit)를 분리한 뒤, 이를 중요도에 따라 재조합하여 짧고 명확한 문장 또는 키워드로 축약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출력 방식 변환입니다. 시·청각 이중장애인을 위해 이 요약 정보를 시각적 자막으로 출력하는 것이 아니라, 촉각 기반 기기에 맞게 코드화합니다. 이때 출력 장치는 브레일 디스플레이, 점자 키패드, 진동 피드백 장치 등 사용자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됩니다. 가장 발전된 시스템은 영상 흐름에 따라 요약 정보를 순차적으로 출력하고, 사용자가 특정 부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 피드백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의 이해 수준에 따라 요약 정도를 조절하거나, 반복 빈도를 높이는 맞춤형 출력 설정도 가능하게 설계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막과 요약의 결합 기술은 단순히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사용자의 수용 방식에 맞게 변환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향후 과제와 제도적 기반 확립의 필요성

이 기술이 실제 사회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발전 외에도 정책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정보접근 기술 관련 정책은 ‘청각장애인’ 또는 ‘시각장애인’을 개별 범주로 나누어 접근하고 있어, 이중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기술 개발과 서비스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중감각장애인을 위한 정보 접근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이 표준은 텍스트 요약 방식, 자막 시간 기준, 점자 출력 단위, 피드백 속도 등 세부 항목별로 규정되어야 하며, 이는 곧 서비스 제공자와 기술 개발자에게 일관된 지침을 제공하게 됩니다.

또한 기술 윤리 측면에서도 이 시스템은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 시청각 정보를 동시에 다루기 때문에, 영상 콘텐츠 내 개인정보, 의도적 편집, 감정 표현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룰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기술이 개인의 정보 이해를 넘어서 의미 조작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적 안전장치와 법적 규제가 필수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실제 사용자들의 참여입니다. 시·청각 이중장애인은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과 인지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사용 경험과 피드백이 기술 설계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이라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앞으로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원칙을 기반으로, 이중장애인의 실생활 속 이해 과정에 맞는 정보 접근 도구로 진화시켜야 합니다. 이 기술은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정보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마지막 경계선을 넘는 실천적 기술이 되어야 합니다.